제살깎기식 경쟁
개요
제살깎기식 경쟁(制殺—式 競爭)은 시장 참여자들이 점유율이나 매출을 지키기 위해 가격을 인하하고 비용을 늘리는 방식으로 서로를 압박하다가, 결국 해당 산업 전체의 수익성이 붕괴되는 현상을 가리키는 경제 용어다. 영어로는 '레이스 투 더 바텀(Race to the Bottom)' 또는 '컷스로트 컴페티션(Cutthroat Competition)'에 대응하며, 자기 살을 깎아 먹는다는 의미의 '제살깎기'라는 표현에서 비롯되었다. 개별 기업의 합리적 선택이 집단적으로는 모두에게 손해가 되는 전형적인 죄수의 딜레마 구조를 보인다는 점에서 게임이론과 산업조직론의 주요 연구 주제로 다뤄진다.
주요 내용
개념과 발생 원리
제살깎기식 경쟁은 다음 조건이 겹칠 때 발생한다. 첫째, 시장이 성숙하거나 포화되어 총수요가 정체되어 있을 때다. 둘째, 제품 간 차별화가 약해 소비자가 가격만으로 선택할 때다. 셋째, 규모의 경제가 커서 점유율을 잃으면 원가 경쟁력까지 상실할 때다. 넷째, 진입장벽이 낮아 신규 사업자가 계속 유입될 때다. 이 조건이 충족되면 각 기업은 가격을 낮출 수밖에 없고, 그 결과 산업 전체의 이윤이 0에 수렴하는 장기 균형에 도달한다.
대표적 사례
- 이동통신·통신 시장: 보조금 경쟁으로 가입자 유치 비용이 급증하면서 사업자 수익성이 악화된 대표적 사례다.
- 항공업: 저비용항공사(LCC) 난립과 노선 중복으로 운임 인하가 반복되어 국제선에서도 수익성 저하가 관측된다.
- 온라인 쇼핑·이커머스: 무료배송, 최저가 보상, 쿠폰 살포 등이 상시화되며 판매 수수료와 물류비가 마진을 잠식한다.
- 배달·플랫폼 산업: 라이더 인센티브와 소비자 할인 경쟁이 겹쳐 업계 전체가 적자를 지속하는 구조가 되었다.
- 석유화학·철강 등 장치산업: 중국발 공급 과잉과 증설 경쟁으로 스프레드가 축소되는 전형적 패턴을 보인다.
결과와 사회적 비용
제살깎기식 경쟁이 장기화되면 기업은 연구개발·설비투자 여력을 상실하고, 품질 저하와 안전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구조조정과 고용 불안, 협력업체 단가 인하 압력 등이 연쇄적으로 발생한다. 소비자는 단기적으로 낮은 가격을 누리지만, 시장이 소수 과점으로 재편된 뒤에는 가격이 다시 상승하는 'J커브형'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한다.
완화 방안
기업 차원에서는 브랜드·기술·서비스로 차별화를 확보하거나, 틈새시장으로 이동하는 전략이 제시된다. 산업 차원에서는 공동 구매·공동 물류 등 협력적 규모의 경제를 활용한 비가격 경쟁 전환이 거론된다. 정부 정책으로는 공정거래법상 부당 염매 금지, 표시광고 규제, 최저가 보상 정책에 대한 감독, 과잉 공급 업종의 구조조정 지원 등이 활용된다. 다만 가격 담합으로 흐르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 공통된 유의점이다.
최신 동향
2024~2025년에는 이커머스와 배달, 그리고 인공지능(AI) 서비스 시장에서 제살깎기식 경쟁 논의가 확산되었다. 국내 이커머스 업계는 대규모 할인과 무료 반품 정책을 지속하면서 영업이익률이 한 자릿수에 머무는 상황이 이어졌고, 배달 플랫폼은 수수료율 인상 논란과 함께 소상공인 부담 문제로 정책 이슈화되었다. 글로벌 AI 시장에서는 대형 모델의 추론 비용이 급락하면서 API 가격이 반복적으로 인하되어, 기술 우위를 가진 기업조차 단가 경쟁에 휘말리는 양상이 나타났다. 반도체와 이차전지 분야에서는 중국의 대규모 증설로 공급 과잉이 심화되어 '치킨게임'이라는 표현이 다시 등장했다. 이에 각국은 과잉 설비에 대한 보조금 축소, 자국 산업 보호 관세, 플랫폼 공정거래 규제 강화 등으로 대응하고 있으며, 기업들은 구독·멤버십, 소프트웨어 전환, 사후 서비스 수익화 등 비가격 경쟁 모델로의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관련 주제
- [[죄수의 딜레마]]
- [[가격 경쟁]]
- [[공급 과잉]]
- [[게임이론]]
- [[공정거래법]]
- [[플랫폼 경제]]